지난 11월 8일 오후 3시 서울 태평로 파이낸스센터 4층 사무실. 10여분 뒤, 키는 크지 않았지만 다부진 체격의 사내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테크앤로’ 구태언(50) 대표변호사였다. 이렇게 시작된 구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2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는 인터뷰 내내 아이패드, 빔프로젝트, 노트북 등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설명을 이어갔다.구 변호사는 1990년대 초반 검사 초년병 시절부터 검찰 내 최고의 ‘IT통’으로 불렸다. 그는 검찰 재직 당시 주로 컴퓨터수사부(현 첨단범죄수사
“정부는 블록체인(Block Chain)과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흐름을 관리할 자신이 없는 것 같다. 블록체인이 가진 산업적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는데 아직도 ‘암호화폐가 화폐냐 아니냐’라는 1년 전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60)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월 5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혁신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정무위원회는 암호화폐 등 금융과 연관된 법률안을 다루는
“현 정부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정의’를, ‘민주라는 이름으로 민주’를, 그리고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성장 발판’을 죽이고 있다.”차분한 성격으로 알려진 김병준(64)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만큼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격정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이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을 계기로 주간조선과 인터뷰를 가진 김 위원장은 정의·민주·성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먼저 ‘정의’와 관련, 현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비
지난 10월 24일 밤 서울 서초동 법원 앞 법률사무소에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병준)로부터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전권을 위임받고 당조직 정비에 나선 전원책 변호사를 만났다. 한국당 조강특위는 옛 지구당에 해당하는 전국 253개 당협의 위원장을 임명하게 된다. 이에 앞서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월 1일자로 전국 모든 지역구 당협위원장의 일괄 사퇴안을 처리했다. 앞으로 전원책 위원을 도와줄 조강특위 위원으로는 전주혜 전 부장판사, 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 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등이 합류했다.전 변호사는 최근
“‘헬조선’이라 빈정거리지 마라. 부모 세대야말로 전부 울고 싶은 심정이다.”“천국이 있다는 거짓말 믿지 마라. 응석 부리고 빈정거릴 시간에 공부하고 너른 세상을 보라.”지난해 여름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이 올라오자, 온·오프라인에서 뜨거운 논쟁이 촉발됐다. 이 글을 쓴 주인공은 이병태(58)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이 교수는 이에 앞서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최저임금 인상정책을 두고 페이스북에 비판글을 올렸다가 일부 젊은이들로부터 욕설에 가까운 댓글 세례를 받았다. 댓글의 주요 내용은 “사람값 똥값 취급하는 나라에 관한 한탄”이었다
현행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은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가운데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선 국무총리 임명장을 받을 수 없다. 역대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로 낙마한 사례는 9건이나 있다.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처럼 민의를 대변하는 입법부, 즉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두고 있다. 국회의 임명동의안이 필요한 요직에는 사법부
“‘한 지붕 두 가족’을 대비하기 위해 지역으로 내려간다. 당분간 서울에는 못 올라온다.”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20일 한 중진 국회의원의 보좌관은 기자와 통화 도중 이렇게 말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가 말한 ‘한 지붕 두 가족’이란 곧 있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교체 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아닌 새 인물로 당협위원장이 교체될 것을 예상한 발언이다.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전국 253개 지역구는 당협위원장이 당원과 조직을 관리하는 권한을 갖는다. 통상 현직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다.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그
“지금 청와대와 집권세력의 경제정책은 경제학에서 볼 때 사이비 유사종교에 가까운 비정상적 처방입니다. 소득이라는 건 누군가의 지출을 의미합니다. 더 많이 생산하지 않는다면 소득은 늘지 않습니다. 이 뻔한 명제를 현 정부는 부정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요술(妖術)이고 사술(詐術)입니다.”지난 8월 20일 경기도 과천 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김종석(64) 의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이날 ‘한국 경제 현안과 진단 및 대책’이라는 주제로 35분간 진행한 특강에서 김 의원은 문재인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실에는 전직 대통령 3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전직 대통령 3인의 액자사진은 홍준표 전 대표 체제에서 당의 상징성을 고려해 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대표실 벽면에 걸린 액자는 크기와 위치가 부자연스럽고 인물 선정도 애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수정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을 모두 걸어둔 것도 아니고, 공과(功過)를 가진 전직 대통령 중에서도 일부만을 취사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뒷말이 있어왔다.한국당의 혁신을 위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김병준 위원장은 지난 7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소득주도 성장에서 포용적 성장으로 바뀐 것은 6·13 지방선거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진단이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 표면적 변화로는 지난 6월 소득주도 성장이론의 근간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홍장표 경제수석의 전격 교체가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제정책의 변화에 대해 말을 아끼며 “정책 방향이 틀렸다”는 평가를 애써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 저하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보수진영의 프레임’으로 치부하는 기류도 상당하다.홍 전
“지옥이에요, 지옥….”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설정 총무원장의 목소리는 분명치 않았다. 웅얼거리는 목소리여서 집중을 하고 들어야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설정 스님은 ‘지옥’이라는 말은 또렷하게 했다. 자신의 퇴진 문제를 두고 종단 안팎에서 벌어지는 극심한 내홍 한복판에 처해진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도덕성 검증 논란에 휩싸인 심정도 ‘지옥’이라는 단어에 함축돼 있는 것 같았다.총무원장 퇴진 여부를 둘러싸고 시선이 쏠려 있는 설정 스님과의 통화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이뤄졌다. 기자는 지난 8월 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을 ‘재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이 최근 공공기관이나 정부 입김이 닿는 단체의 장(長)으로 속속 자리를 잡고 있다. 해당 분야 전문성이나 이력이 눈에 띄지 않는 이들을 두고 낙하산 논란도 일고 있다. 만약 이들이 ‘대통령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기관이나 단체의 장이 됐다면 전 정부의 정실인사를 단죄해온 현 정부의 적폐청산이 또 한 번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의 인사 과정에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아니면 대통령 주변의 과잉충성이 빚은 결과
2000년 IT호황, 2010년 모바일 혁명의 경험을 토대로 2020년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하겠다고 나선 젊은 창업자가 있다. 그는 1998년 고교 재학 시절부터 IT시장에 진출한 창업자들을 돕는 일로 월 200만원 이상을 벌었다. 컴퓨터가 좋아서 취미 삼아 아르바이트를 한 것인데, 이 고등학생의 남다른 재주에 주목하는 이들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대학생 때는 여러 차례 창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지만 2011년 모바일앱 개발회사 ‘스쿱미디어’를 만든 후에는 적지 않은 성과를 이어갔다. 네이버웹툰·배달의민족·소카·카닥·미미박스 등 이름만
지난 7월 17일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는 곰처럼 우직한 면이 있다. 가치와 목표를 설정하면 좀처럼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다. 그래서 종종 여의도의 시각과 그의 행보가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전 국무총리 지명을 수락한 것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것도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이크’를 잡고 국가의 미래를 논의하고 싶어하는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6·13 지방선거 이후 추락하던 한국당이 선거 참패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지난 7
“요즘 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 한국어를 대학입시 선택과목으로 편입했다.” 태국 교육당국은 올해 2월부터 한국어를 대학입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2외국어 과목으로 추가했다. 한국어가 중국어, 일본어 등에 이어 외국어로는 7번째로 태국 입시과목에 선정된 것. 태국 내에서 한국어 입지가 상당한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8년 현재 한국어를 대입시험 과목으로 채택한 나라는 미국, 호주, 프랑스, 일본에 이어 태국이 5번째다.지난 7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쑤깐야 음암반종(61) 태국 기초
“책임자 문책도, 결론도 없는 속 빈 감사 결과였다.”지난 7월 4일 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4번째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일부 감사 전문가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비판적 시각이 대두된 것은 1차 4대강 감사와 이번 4차 감사 결과 발표 내용 중 일부가 정반대로 기술됐기 때문이다. 물론 1~4차에 걸친 감사원 감사는 매번 중점 처리 대상이 달랐다. 2010년 1~2월 사이에 실시된 1차 감사의 경우 사업 계획 수립 및 예산 효율성 제고에 집중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진행된 4차 감사
“자유한국당에 더 이상 미련은 없다.”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던 전통 보수층마저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그래도 제1 야당이 이대로 죽기야 하겠느냐”는 안이한 분위기 속에 반성과 혁신을 저버린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냉소를 넘어 ‘무관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전직 장관급 인사는 “‘제도적 보수’를 자처해왔던 나도 더 이상 한국당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민주당 쪽에 포용력 있고 중도적인 인물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선택지가 없어서 지난 지방선거 때 2
지난 6월 19일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승진 또는 영전한 3명의 지검장급 인사들이 검찰의 새로운 ‘간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내 가장 ‘힘 센’ 검사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손꼽는 이들이 많았다면 이번 인사는 ‘포스트 윤석열’의 윤곽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윤 지검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기관을 상대로 강도 높은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해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지검장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의 위상을 넘보는 검찰 내 실세(實勢)”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지난 6월 14일 늦은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 7층 ‘실크로드 중국영화전용상영관’. 100석 규모의 작은 상영관은 모처럼 만석이었다. 뒤늦게 상영관을 찾은 일부 관객은 통로 계단에 앉아 2시간 동안 영화를 관람했다. 이날 실크로드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자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보고 싶은 영화”라는 호평을 쏟아냈다. 이날 상영작은 중국 영화계 거장 펑샤오강 감독이 만든 ‘방화(芳華·청춘)’. 작년 연말 중국에서 흥행 1위에 올랐던 영화로, 197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젊은이들이 겪는
[image1]2018년 6월, 충청도 출신의 ‘큰 별’ 두 개가 졌다. 한 명은 중국 베이징에서, 나머지 한 명은 서울에서. 조남기(91) 전 장군과 김종필(92) 전 국무총리의 얘기다.충청도 출신이면서 한 살 터울로 동시대를 살았던 두 사람. 공교롭게도 동년 동월에 생을 마감했다. 군인 출신이면서 동시에 정치가로 성장한 두 사람은 각각 한국의 국무총리와 중국의 부총리급 고위직을 지냈다는 유사점이 있다. 생전에 두 사람은 인연을 맺었을 법한데, 후일담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아직 없다. 두 사람의 차이점이라면 당대 거목(巨木)을 떠